조선일보 '마음껏 숨쉬고 싶다' 취재팀이 실내에서 고기 구울 때의 초미세 먼지를 재봤더니 무려 1013㎍/㎥이 나왔다. 24시간 기준치(평균 35㎍)의 29배나 됐다. 생선 구울 때는 더 심하다. 을지대 교수의 실험 결과 고등어 굽는 것이 삼겹살 구울 때보다 12배 나왔다. 2016년 환경 당국 실험에선 밀폐된 가정집 주방에서 고등어 구울 때 2290㎍로 측정됐다.
▶하루 중 실외에서 지내는 시간은 1시간 10분 남짓, 집·직장 등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21시간을 넘는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는 실내 오염부터 관리해야 한다. WHO는 미세 먼지가 건강을 해치는 가장 위험한 환경 요소라고 지목했다. 연간 700만명이 미세 먼지로 조기 사망한다는 것이다. 그중 실내 오염 사망자가 430만명이라는 것이 WHO 평가다.
▶미세 먼지를 막을 수 없으면 도망가기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14일 측정 결과를 보면 서울 광화문 일대의 실외 오염도가 130㎍ 정도였을 때 근처 빌딩들 실내 오염은 100~115㎍, 지하철 대합실은 125㎍ 정도 나왔다. 피할 곳이 별로 없었다. 다만 서울시청 로비(45㎍)나 호텔 로비(80㎍)는 그래도 나았다. 공조(空調) 시설을 갖추고 잘 관리하면 어느 정도는 완화시킬 수 있다.
▶환경 당국 실험에서 평소 40㎍ 수준이던 일반 가정집 초미세 먼지 오염이 청소기를 돌리자 200㎍가 됐다. 이불을 털어도 금세 250㎍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가정집에선 하루 30분 정도 환기해주고 가습기나 실내용 분무기를 뿌려 오염물질이 바닥에 내려앉도록 하는 것이 요령이다. 학교에서 환기를 제대로 해주자 학생들 성적이 5~10% 향상됐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환경부가 22일 또 미세 먼지 대책을 발표했는데 초미세 먼지(PM 2.5) 실내 기준치를 '공기 ㎥당 50㎍'으로 정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세 먼지(PM 10) 기준치는 갖고 있었지만 건강에 진짜 중요한 실내 초미세 먼지 오염은 기준치조차 정해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 미세 먼지 대책이 초점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노후한 굴착기·지게차·덤프트럭 등은 초미세 먼지를 노후 경유차의 11배나 배출한다는데 방지 장치를 단 것은 2%도 안 된다고 한다. 장작·펠릿을 태우는 화목(火木) 난로가 초미세 먼지 오염의 20%를 넘는다는 것이 영국의 연구 결과지만 한국에선 방치돼 있다. 일하는 척 보여주려 하기보다 성과가 분명할 대책들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2/2019012202749.html